27화. 그만둘 때 쓰려고요

📅 2026.10.08 👁 10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주역 #주역64괘 #64괘 #상담소설 #연재소설 #관점전환 #동양고전 #고전에세이 #뇌풍항 #항괘 #회망 #오십대 #형제자매 #시골집 #돌봄의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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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3시였고 그는 3시 18분에 왔다.

"버스가 두 대 밀렸어요. 앞에서 7분, 환승하는 데서 11분이요."

늦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앉으면서 탁자에 공책을 평평하게 놓고 양손을 포개 그 위에 올렸다. 표지에 테이프를 붙였는데 테이프가 공책보다 더 누랬다.

물을 내려놓으려니까 그가 보온병을 가져갔다.

"제가 할게요. 제가 하는 게 빠르죠."

내 잔까지 채워 놓고 자기 잔은 건드리지 않았다. 창틀에는 종이 한 장이 그대로 있다. 초록 글씨 쪽이 위로 가 있고 먼지가 앉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11년 전이고, 시골집은 삼남매 공동명의로 남았다. 왕복 5시간이다.

그는 10년 동안 1년에 네 번 내려갔다. 설, 4월 기일, 풀 깎는 여름 한 번, 추석.

"기름값은 얼마 안 들어요. 하루면 되고요."

쓴 것은 전부 공책에 있다고 했다. 풀 깎는 사람 품값이 칠만 원, 보일러 기름, 재작년에 터진 수도 계량기, 지붕 손본 것.

영수증은 테이프로 붙여 뒀고, 날짜 옆에 날씨를 적은 줄도 있다고 했다. 비가 오면 풀을 못 깎아서 그렇게 적었다는 것이었다.

4월 기일에는 아침 7시에 출발한다. 10시 전에 도착해야 상을 차리고 당일에 올라올 수 있다.

지난달 9일에 막내가 팔자고 했다. 그러고 한마디를 더 붙였다. 누나가 제일 고생했으니까 누나가 더 가져가라고.

"지분이 셋이면 등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건 법무사한테 물으셔야 합니다."

"지난달에 갔어요. 수수료도 적어 놨어요."

큰오빠는 예순둘이다. 처음 2년은 같이 내려갔고 그 뒤로는 안 간다. 작년에 가게를 접고 지금은 일용으로 나간다.

10년 전에 한 번 너 아니면 누가 하냐고 했고, 그 뒤로 그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막내는 쉰하나다. 재작년에 아이 둘이 같이 대학에 갔다. 추석에만 내려간다.

"오빠는 왜 안 올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제가 들은 건 10년 전에 한 번 그 말씀을 하셨고 그 뒤로 안 하신다는 것까지예요."

그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열여덟 해 일했다. 하루에 남의 숫자를 백 개씩 맞춘다고 했다.

"그래서요. 팔자고 하는 게 맞는지, 제가 몇 해 더 하는 게 맞는지 그것 좀 봐 주세요."

나는 펜을 들었다가 놓았다.

"선생님이 적어 오셨으니까요."

"······이건 보여드리려고 가져온 건 아니에요."

그러고도 손은 치우지 않았다.

"선생님이 가져오신 건 집 얘기가 아니고 공책 얘기입니다. 들어오셔서 한 번도 열지 않으셨는데 손은 계속 거기 얹혀 있어요."

그가 포갠 손을 조금 벌렸다가 다시 포갰다.

"그 공책 10년 동안 누가 봤습니까."

"아무도요."

"오늘은요."

"······보여줄까 싶어서 가져왔어요."

"보여주고 뭘 들으려고 하십니까."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숫자 하나를 물었다.

"셈은 언제 끝났습니까."

"무슨 셈이요."

"그 집에 들어가는 것하고 선생님 몫을 견주는 셈이요. 하루에 남의 숫자를 백 개씩 맞추시는 분이면 그 셈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4년 전에요."

"그런데 그 뒤로도 네 번씩 가셨습니다."

"······."

나무 통을 끌어다 놓자 그가 물었다.

"이거 몇 분 걸려요."

"20분쯤 걸립니다."

세는 동안 그는 공책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다 세고 나서 그가 먼저 말했다.

"19분이요."

나온 것은 뇌풍항이었다.

"항(恒)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늘 그렇다는 글자예요."

"그러면 계속 하라는 거네요."

"계속 하라고도 그만두라고도 안 적혀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위에서 우레가 치고 아래에서 바람이 붑니다. 둘 다 한 번 오고 가는 거예요. 한 번도 안 변하는 게 늘 그런 게 아니고, 매번 다시 오는 걸 늘 그렇다고 적어 놓은 겁니다."

그는 우레라는 말을 입으로 한 번 따라 했다.

"괘에는 무구(无咎)라고 돼 있습니다. 허물이 없다는 뜻이에요. 잘했다고는 안 적혀 있고요."

움직인 칸은 아래에서 두 번째였다.

"거기 적힌 건 두 글자입니다."

"두 글자요?"

"회망(悔亡)이요. 뉘우침이 없어진다고 돼 있습니다."

"그거 좋은 거예요?"

"회(悔)는 하고 나서 생기는 글자입니다. 안 한 일에는 안 붙어요. 이 칸은 이미 한 사람 자리입니다."

"저는 한 게 없어요. 가서 풀 깎고 보일러 돌리고 온 거예요."

"10년 동안 네 번씩이요. 한 번 가서 그대로 있으신 게 아니고, 마흔 번 다시 가신 겁니다. 늘 그렇다는 건 그렇게 적는 글자예요."

그가 처음으로 손을 들어 공책을 펼쳤다.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꽃집 영수증이었고, 3년 전 4월 12일, 이만 삼천 원이었다.

"그건 안 적었어요. 비용 아니라서요."

"왜 아닙니까."

"······그날은 제가 가고 싶어서 간 거라서요."

적힌 횟수를 세어 보라고 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줄을 짚어 내려갔다.

"서른아홉 번이요." 그러고 바로 고쳤다. "아니다. 마흔 번이요. 한 번은 안 적었어요."

"공책이 선생님보다 적게 셌어요."

"그건 비용 공책이니까요."

"표지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까."

그가 표지를 봤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종이 한 장만 주십시오."

"뒤에 빈 장 많아요."

그가 한 장을 찢었다. 10년 동안 한 장도 안 찢은 공책이었고, 찢은 자리에 톱니 같은 가장자리가 남았다.

네 줄을 적었다.

공책을 복사해서 두 사람에게 보낸다. 금액은 가린다. — 쉽게 말하면, 누가 갔는지만 알려진다.
정산을 하자고 말한다. 10년치를 셋으로 나눈다. — 쉽게 말하면, 간 것과 돈이 맞바꿔진다.
공책을 덮어 두고 올해도 네 번 내려간다. — 쉽게 말하면, 아무도 모르는 채로 한 해가 더 간다.
막내분 말대로 몫을 더 받고 집을 넘긴다. — 쉽게 말하면, 10년이 값으로 적힌다.
"넷 다 오늘 나온 그림에서 나온 겁니다. 어느 게 맞는 쪽이라고는 안 적혀 있어요."

그는 2번에 손가락을 댔다.

"왜 둘입니까."

"숫자를 보여주면 설명을 안 해도 돼요. 제가 말을 잘 못해서요."

"무슨 설명이요."

그가 따라 놓은 물컵은 그대로 있었다.

"선생님이 하셔야 하는 설명이 뭡니까."

"······저 올해부터 안 갈 거예요."

"방금 처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한 번 해 보려고 왔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요." 그가 공책을 두 손으로 눌렀다. "받으려고 적은 게 아니고요. 그만둘 때 쓰려고 적었나 봐요."

그 말은 적지 않았다.

"이 그림에서 그 한 칸만 바꿔 보면 다른 그림이 하나 나옵니다. 뢰산소과(雷山小過)요. 작은 것이 지나간다는 글자입니다."

"지나가요?"

"지나간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이건 오늘 그림의 다른 쪽 면이에요. 뒷장이 아니고요."

그가 손을 내려 무릎에 놓았다. 종이를 접어 공책 사이에 끼우고, 공책은 가방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일어섰다.

오늘 나온 것은 항이었다. 여섯 칸 중에 굵은 것이 셋이고, 아래에서 둘째·셋째·넷째에 모여 있다. 움직인 것은 아래에서 두 번째 한 칸이었다.

그 칸이 가늘어지면 아래쪽이 바람에서 산으로 바뀌고 위는 그대로 우레다. 항은 위도 움직이고 아래도 움직이는 것으로 그린 장이고, 소과는 위만 움직이고 아래는 멈춘 것으로 그린 장이다.

항이 오늘이고 소과가 나중인 것이 아니다. 움직이는 쪽이 둘로 그려진 장과 하나로 그려진 장이다.

문이 닫히고 조금 있다가 다시 열렸다. 계단 중간에서 올라온 것이었다.

"아까 19분이라고 한 거요. 제가 잘못 봤어요. 21분이에요."

그러고 내려갔다. 2분이 어디서 났는지는 적어 두지 않았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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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퍼스널코드 분석하기

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