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남은 걸로 먹어요

📅 2026.10.05 👁 15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화뢰서합 #주역소설 #주역공부 #웹소설 #육효 #육효점 #고민상담 #심리상담 #인생살이 #주역64괘
화뢰서합(火雷噬嗑)

문이 열리기 전에 손잡이 소리가 두 번 났다. 잡았다가 놓은 소리였다.

"죄송합니다. 냄새 날 텐데요."

들어오면서 한 첫마디가 그것이었다. 기름 냄새가 같이 들어왔다. 작업복 위에 점퍼를 걸쳤고 앞치마는 손에 들고 있었다.

앉으면서 그는 탁자 위를 자기 앞에서부터 치웠다. 컵받침과 필통을 옆으로 밀어 손바닥 두 개만 한 자리를 비우고 거기에 지갑을 놓았다. 앞치마는 접어서 무릎에 올렸다.

쉰여섯이고, 공장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22년째 일한다고 했다. 하루에 사백팔십 인분을 만든다.

물을 따라 줬더니 한 모금만 마시고 컵을 도로 놓았다.

"죄송한데요, 이런 것도 여기서 물어보는 건가요."

"됩니다."

"일을 그만둘까 해서요."

재작년 4월에 위의 3분의 1을 잘라냈다. 그 얘기를 하면서 그는 두 번 웃었다.

"큰 수술도 아니래요. 요즘 그거 많이 하잖아요."

"퇴원하실 때 뭐 받으셨습니까."

"종이요."

지갑을 열어 접힌 A4 한 장을 꺼냈다. 네 번 접어 카드 칸 뒤에 넣고 다닌 종이라 접힌 자리가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하루에 다섯 번에서 여섯 번, 조금씩 나눠서. 그 줄에만 형광펜이 그어져 있었다.

"지금은 몇 번 드십니까."

"아침에 한 번이요. 점심때 한 번. 저녁은 조금 먹고요."

나는 노트에 적었다.

"배식이 11시 40분에 시작해서 1시에 끝나요. 그리고 설거지하고 다음 거 준비하고, 오후에 튀김 나가면 그것도 하고요."

"드시는 건 언제 하십니까."

"배식 끝나고요. 서서 먹어요. 11분쯤 걸려요."

"11분을 세 보신 겁니까."

"한 번 재 봤어요."

6개월 동안 칠 킬로가 빠졌다. 작업복 바지 허리를 두 번 줄였고, 두 번째는 수선집에 안 가고 자기가 했다.

그는 자기 얘기를 오래 하지 않았다. 묻지 않은 사람 얘기를 먼저 했다.

"조 여사님이 저보다 다섯 살 많은데 무릎이 안 좋아요. 그런데 말을 안 해요. 제가 서 있는 동안 그분을 앉게 하면 되는데, 티가 안 나게 해야 되고요."

"강 씨는요."

"작년에 왔어요. 서른넷이요. 아직 속도가 안 나서 배식 때 줄이 서면 제가 앞으로 가요."

"강 씨가 늦으면 누가 사과하십니까."

"제가요. 그건 제가 하는 게 빠르니까요."

"오후 3시 30분에 조리실에 간식 시간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왜 안 드십니까."

"거기 제 몫은 없어요."

"사백팔십 인분을 만드시는데요."

"그건 나가는 거고요."

그가 앞치마 접힌 자리를 손으로 눌렀다.

"······남은 걸로 먹어요. 저는 원래 남은 걸로 먹어요."

"선생님이 가져오신 질문은 일을 그만두느냐였습니다."

"네."

"그만두면 남은 것도 안 드셔도 됩니다. 그런데 오늘 그만두고 뭘 드실지는 한 번도 말씀을 안 하셨어요."

산가지를 세는 동안 그는 손을 앞치마에 두 번 닦았다. 18분쯤 걸렸고, 끝나자 이렇게 물었다.

"매번 이렇게 하세요? 손 아프실 텐데."

산뢰이(山雷頤)가 나왔다. 움직인 자리는 위에서 세 번째 칸, 육사다.

"이(頤)는 턱입니다. 여섯 칸인데 맨 아래하고 맨 위만 굵고 가운데 넷이 가늘어요. 위아래가 이고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겁니다. 입을 벌린 모양이라 턱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먹는 걸 조심하라는 얘기네요."

"아닙니다. 이 괘는 덜 먹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괘사에 적힌 건 관이 자구구실(觀頤 自求口實)이에요. 남의 턱을 보고, 스스로 입에 채울 것을 구한다는 뜻입니다. 구한다는 글자가 붙어 있어요."

"구한다."

"선생님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顚頤 吉 虎視耽耽 其欲逐逐 无咎)."

"호시탐탐이요? 그건 나쁜 거 아니에요."

"탐탐(耽耽)은 노려보는 눈입니다. 나쁜 눈이라고는 안 적혀 있어요. 뒤에 무구(无咎)가 붙어 있습니다. 허물이 없다는 뜻입니다."

"욕심을 부려도 된다는 거예요?"

"길하다고 적혀 있는데 뭐가 길한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그 칸에 붙어 있는 말은 셋이에요. 노려본다, 좇는다, 허물이 없다."

전이(顚頤)는 거꾸로 된 턱이라는 말인데, 아래에서 위를 보고 얻어먹는 자리로 읽는 사람도 있고 위에서 아래를 먹이는 자리로 읽는 사람도 있다. 그 얘기까지 하고 나는 노트를 봤다.

"종이에는 다섯 번이라고 적혀 있고, 선생님은 두 번 드십니다."

"······세 번이요."

그리고 그가 곧바로 덧붙였다.

"아, 제가 헷갈리게 말씀드렸나 봐요. 죄송해요."

노트에는 두 번으로 적혀 있었다. 그가 아까 한 말은 아침, 점심, 저녁 조금이었다. 세 번이다.

"제 노트에 두 번으로 적혀 있습니다. 선생님은 세 번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저녁을 제대로 안 먹으니까 그렇게 들리셨을 거예요."

"선생님이 헷갈리게 말하신 게 아닙니다. 제가 두 번으로 적었어요."

나는 그 줄을 지우고 세 번으로 고쳐 적었다. 그는 고치는 동안 그걸 보고 있었다.

"······보통 그럴 때는 제가 잘못 말한 거예요."

"오늘은 아닙니다."

4시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화면을 보지도 않고 껐다.

"그건 뭡니까."

"알람이요. 2시 30분에도 한 번 울렸어요."

"두 번 다 끄셨습니다."

"먹을 때가 아니라서요."

"뭐가 먹을 때입니까."

"······남았을 때요."

"자구구실은 스스로 구한다는 말입니다. 남은 걸 기다린다고는 안 적혀 있어요. 호시탐탐도 기다리는 눈이 아닙니다."

"조 여사님은 왜 아무 말도 안 했을까요. 제가 이렇게 빠지는데요."

"그건 제가 못 봅니다. 제가 본 건 이 종이 뒷면이 2년 동안 비어 있었다는 것까지예요."

"뒷면은 비어 있어요."

그가 종이를 펴서 뒤집어 내 쪽으로 돌려 놓았다. 2년 동안 갖고 다니면서 뒷면이 빈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네 줄을 적었다.

  • 오후 3시 30분 간식 시간에 조리실에서 같이 먹는다.
  • — 쉽게 말하면, 안 보이게 하던 것을 그냥 보이게 두는 겁니다.

  •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배식 끝나고 서서 11분.
  • — 쉽게 말하면, 오늘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거예요.

  • 조 여사님과 강 씨에게 재작년 일을 말한다.
  • — 쉽게 말하면, 남이 알게 되는 겁니다.

  • 사백팔십 인분을 뜨기 전에 한 그릇을 먼저 떠서 따로 놓는다.
  • — 쉽게 말하면, 남은 데서 먹는 게 아니라 정해 놓은 데서 먹는 겁니다.

    "네 개 다 몸이 어떻게 되는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그건 제가 쓸 게 아니고요."

    그가 한참 보다가 4번에 손가락을 짚었다.

    "왜 그걸 고르셨습니까."

    "이게 제일 쉬워요. 국자 한 번이니까요."

    "쉬운 걸 고르신 겁니까."

    "아니요."

    그가 손가락을 종이에서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그거 하나 떠 놓으면요. 조 여사님이 볼 거예요. 그분은 그런 걸 봐요."

    "보시면요."

    "······그럼 제가 말 안 해도 되잖아요."

    "3번은 안 고르셨습니다."

    "그건 제가 말해야 되는 거라서요."

    가방에서 캔을 하나 꺼냈다. 두 달 전에 스물네 개 한 상자를 샀는데 차에 열네 개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거 여기서 마셔도 돼요?"

    "네."

    그가 캔을 지갑 옆 빈자리에 놓고 땄다. 다 마셨다. 내가 따라 준 물은 한 모금 줄어든 채 그대로 있었다.

    "한 칸이 바뀌면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화뢰서합(火雷噬嗑)이라고 해요. 서(噬)가 씹는다는 글자입니다."

    "씹는다고요."

    "위아래 사이에 무언가 끼어 있는 그림이에요. 오늘 나온 그림에서 한 칸만 바꿔 본 겁니다. 다음에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니고요."

    오늘 나온 그림은 위아래 두 칸만 굵고 가운데 넷이 빈 입이다. 움직인 자리는 위에서 세 번째 칸이었고, 그 칸이 굵어지면 위쪽 세 칸이 산에서 불로 바뀐다. 두 장 다 아래 세 칸은 우레다. 이(頤)가 오늘이고 서합(噬嗑)이 나중인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나는 소리는 두 장에서 똑같고, 그 소리가 어디까지 가는지만 다르게 그려져 있다.

    그가 종이를 접어 지갑에 넣었다. 적힌 쪽이 앞으로 오게 접었다.

    일어서면서 옆으로 밀어 놨던 컵받침과 필통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빈 캔은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앞치마는 문 앞에서 두르고 허리끈을 뒤로 돌려 묶었다.

    "4시 30분 넘었네요. 튀김 있어서 가야 돼요."

    그러고 한 번 돌아봤다.

    "오늘 제가 죄송하다는 말 몇 번 했어요?"

    세지 않았다. 노트에도 없었다.

    "안 셌습니다."

    "······그럼 됐어요."

    문이 닫히고 나서도 방에 기름 냄새가 한참 남아 있었다. 창은 열지 않았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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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