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뭘 더 늘려요

📅 2026.09.29 👁 20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주역 #연재소설 #관점전환 #동야고전 #산지박 #박괘 #서과불식 #임리에세이 #주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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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여는 소리가 났을 때 시계는 세 시 오십육 분이었다.
"네 시 맞죠."
"맞습니다. 4 분 남았어요."
"그럼 시작해도 되겠네요."
그가 앉으면서 탁자에 종이를 한 장 놓았다. 놓고 나서 네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밀어 탁자 선에 맞췄다.
아침에 창틀 화분의 마른 잎 두 장을 떼어냈다. 떼고 나니 줄기 아래쪽이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번역 12 년 했어요. 산업 쪽이요. 설명서하고 규격서요. 마흔하나고요."
"프리랜서시고요."
"네. 거래처는 세 군데인데 한 군데가 칠 할이에요. 12 년 내내 그 한 군데였고요."
"이 종이가 그겁니까."
"새 단가표요. 지난주에 왔어요."
종이를 반 뼘 밀어 줬다. 표에 번역이라는 줄이 없었다. 항목이 검수 일, 검수 이로 나뉘어 있었고 단가는 장당 오천이백 원이었다.
"원래 얼마였습니까."
"작년까지 육천오백이요. 그 전에는 8천이고, 6 년 전에는 9천이었어요. 9천은 제가 올려 달라고 해서 올린 거예요. 메일 세 번 보내고 받아냈어요."
"이번에도 보내셨어요."
"아니요."
"왜요."
"보낼 데가 없어요. 이건 사람이 정한 게 아니라 표예요."
"담당자는 있을 텐데요."
"최 과장이요. 3 년째인데, 표 보내기 전에 전화를 했더라고요. 미리 말하려고 그런 것 같은데 제가 마감 중이라 못 받았어요."
"다시 걸었습니까."
"아니요. 저도 안 걸었고요."
그가 종이 모서리를 한 번 더 눌렀다.
"후배가 하나 있었어요. 지수라고, 제가 데려온 앤데 작년에 그만뒀어요. 애가 어려서 회사 사무직으로 갔고요."
"연락은요."
"두 달 전에 한 번 왔어요. 언니 아직 거기 해요, 하고요."
"뭐라고 하셨어요."오후 8:24 2026-09-29
"하지, 그랬어요. 그러고 끝이고요."
"그래서 오늘은 뭘 물으러 오셨습니까."
"여기를 놓을까요, 이 단가로 계속 받을까요. 둘 중에 하나 정하려고요."
"12 년이면 많이 깎였네요."
"깎인 건 단가예요. 저는 안 깎였어요. 저 아직 그 회사 일 해요."
"일은 얼마나 하십니까."
"한 달에 삼백십 장쯤이요."
"6 년 전에는요."
"······백팔십이요."
"그건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아십니까."
그가 잠깐 있다가 가방에서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이건 안 보여드리려고 했는데요."
손으로 그린 표였다. 연도, 단가, 한 달 장수, 한 달 수입. 줄이 열둘이었다.
단가 줄은 내려가 있었다. 장수 줄은 올라가 있었다. 수입 줄만 거의 평평했다.
"여기 줄이 하나 안 내려갔네요."
"······네."
"나머지는 다 움직였고요."
"그러니까 제가 맞춘 거죠. 깎이면 늘리면 되잖아요."
"이번에도 늘리면 됩니까."
"오천이백이면요."
그가 거기서 멈췄다. 계산을 하다 만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제가 뭘 더 늘려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 맨 아래 두 줄이 비어 있었다.
"여기 두 줄은요."
"······지난달 거 안 적었네요."
"이번 달도요."
"두 달인가 봐요."
그가 펜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산가지를 꺼내자 그가 물었다.
"제가 뽑는 거예요, 선생님이 뽑는 거예요."
"제가 셉니다."
"그럼 제 건 아니네요."
"선생님 얘기를 듣고 셉니다. 듣기 전에는 안 셉니다."
그가 종이 두 장을 나란히 놓고 기다렸다. 세는 동안 시계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땅 위에 산이 얹힌 그림이 나왔다.
"박(剝)입니다. 깎는다는 글자예요."
"······그거 제 얘기 듣고 고르신 거 아니에요?"
"순서는 방금 보셨습니다."
"괘 위에 붙은 말은 불리유유왕(不利有攸往)이에요. 갈 데가 있어도 이로울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가만있으라고요?"
"그렇게는 안 적혀 있습니다. 이로울 게 없다고만 돼 있어요. 해롭다는 말도 없고요."
"움직인 자리는 맨 위 칸이었고, 거기 붙은 말이 석과불식(碩果不食)입니다."
"뭔데요."
"석은 크다는 글자고 과는 열매예요. 큰 열매는 안 먹힌다, 그렇게 됩니다."
"······남는다는 거네요."
"안 먹힌다고 적혀 있습니다. 남는다고는 안 적혀 있어요. 안 먹히는 것하고 지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그가 자기 표를 도로 당겨 갔다.
"이 그림은 칸 여섯 개 중에 다섯이 가늘고 맨 위 하나만 굵습니다. 아래부터 깎여 올라온 모양이에요."
"다섯이요."
"네. 안 깎인 건 하나입니다."
"그 하나가 뭔데요."
"거기까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적힌 건 그게 안 먹힌다는 것뿐이에요."
그가 표를 한참 봤다. 열두 줄을 위에서부터 훑는 것 같았다.
"······제가 아직 거기 일 한다는 거요."
그가 표 위에 손을 올려놨다.
"그것만 안 깎였어요. 열두 해 동안이요."
"아까 놓을까요 말까요 물으셨는데, 놓는 쪽 얘기는 한 번도 안 하셨습니다. 늘리는 얘기만 하셨고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어나서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뽑았다. 사이에 종이가 한 장 끼어 있었다. 접힌 자국이 누레져 있었다.
잠깐 보다가 뒤집었다.
"그거 뭐예요."
"제 겁니다. 앞면은 안 보셨으면 해요."
"안 봐요."
뒷면에 네 줄을 적었다.
하나. 새 표대로 받는다. 장수는 지금에서 안 늘린다. — 수입이 준다. 표에서 내려가는 건 지금까지 안 내려간 그 줄이다.
둘.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다. 다음 달에 일이 오면 받고, 안 오면 안 받는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표도 그대로고 선생님도 그대로다.
셋. 최 과장한테 답장을 쓴다. 표한테가 아니라 사람한테. — 답이 올지 안 올지는 그쪽이 정한다.
넷. 나머지 두 곳에 올려 달라고 한다. — 미는 자리를 옮긴다. 거기도 안 올라갈 수 있다.
"넷 다 같은 그림에서 나온 겁니다. 이기는 건 하나도 없고요."
그가 두 번 읽었다.
"둘이요."
"왜요."
"여기만 제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요."
"······."
"······그거 해 본 적이 없어요. 십이 년 동안 한 번도요."
"이거 고르면 지는 거예요?"
"그건 제가 못 봅니다. 이기고 지는 건 이 괘에 안 나와요. 적힌 건 아래부터 깎인다는 것하고, 맨 위 하나는 안 먹힌다는 것 둘입니다."
"그 칸이 바뀌면 뭐가 돼요."
"굵은 칸이 하나도 없는 그림이 됩니다. 곤(坤)이라고 해요."
"······아무것도 없는 거네요."
"없는 게 아니라 땅입니다. 위도 땅이고 아래도 땅이에요."
그가 종이를 접지 않고 편 채로 들었다.
일어나면서 자기 표는 탁자에 두고 갔다. 모서리는 맞추지 않았다.
"그거 두고 가십니까."
"적을 게 생기면 가지러 올게요."
책은 도로 꽂았다. 사이가 얇아졌다.
오늘 나온 건 박이었다. 칸 여섯 개 중에 맨 위 하나만 굵고 아래 다섯은 다 가늘다. 위 세 칸이 산이고 아래 세 칸이 땅이라, 깎여 내려간 산이 땅 위에 겨우 얹혀 있는 그림이다.
움직인 건 맨 위, 그 하나뿐인 굵은 칸이었다.
그 칸이 가늘어지면 여섯 칸이 전부 가늘어진다. 위쪽이 산에서 땅으로 바뀌고 아래는 원래 땅이다. 땅 위에 땅이 있는 그림을 곤(坤)이라고 한다.
박이 오늘이고 곤이 나중인 게 아니다. 마지막 한 칸을 세고 본 그림이 박이고, 세지 않고 본 그림이 곤이다.
그가 두고 간 표를 그대로 뒀다.
빈 칸 두 개가 아래쪽에 나란히 있었고, 그 위로 열두 줄은 전부 채워져 있었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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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퍼스널코드 분석하기

사주·대운·십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