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코받침이 노래서」

📅 2026.09.23 👁 30회 🏷️ #p60퍼스널코드 #퍼스널코드 #주역 #주역64괘 #64괘 #상담소설 #연재소설 #관점전환 #동양고전 #고전에세이 #천화동인 #동인괘 #동인우종 #쌍둥이 #형제자매 #내이름 #사십대 #생각할거리
천화동인, 동인괘, 동인우종

예약은 두 사람이었다. 온 건 한 사람이다.

"반쪽만 왔어요." 그러고 웃었다.

"언니가 아침에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너 혼자 얘기해 보라고."

창틀에 잎이 두 장 나란히 나 있다. 한 장이 작다.

그가 안경집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쓰고 있는 안경은 따로 있었다.

"이거 언니 거예요."

"바꿔 쓰세요?"

"도수가 거의 같아요. 쌍둥이라서. 아, 저 쌍둥이예요. 언니가 3 분 먼저 나왔고요."

"오늘 들고 나온 게 어느 쪽이에요."

"그걸 모르겠어요." 또 웃었다.

방과후 교실을 열두 해 하고 있다고 했다. 언니는 다른 일을 한다. 같은 동네에 산다. 걸어서 7 분.

"수영을 같이 다녔어요. 아홉 해요. 월수금 저녁 일곱 시."

"다녔어요, 라고 하셨네요."

"석 달 전에 언니가 머리를 잘랐어요. 여기까지." 손이 턱 밑에 왔다. "그리고 안경을 새로 맞췄고요. 도수가 달라졌다고. 그리고 수영을 화목으로 옮겼어요."

"세 개가 다 석 달 안에요."

"네. 근데 뭐 그럴 수 있죠. 마흔여덟쯤 되면 한 번씩 그러잖아요."

그는 안경을 올려 썼다. 자꾸 내려오는 것 같았는데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락커 옆에 정 선생님이라고 있어요. 재작년에 남편분 보내고 나서 저희 둘 사이에 붙어 다녔어요."

그는 안경집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분은 아직도 저를 언니 이름으로 불러요. 아홉 해 됐는데요."

"구별을 못 하세요?"

"안 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둘 중에 누구라도 있으면 되니까."

"그래서 뭐 물으러 오셨어요."

"언니한테 서운하다고 말을 할까요, 아니면 그냥 둘까요."

"말은 하셨어요?"

"했어요. 두 번."

"뭐라고요."

"머리 자르니까 이제 누가 누군지 알겠다고요. 그리고 화요일 물이 더 따뜻하냐고." 웃었다.
"저 그런 식으로 얘기해요."

"언니가 뭐라고 하셨어요."

"······'너 참 웃기다'고요."

"두 번 다요?"

"네."

아래층에서 세탁기가 탈수로 넘어갔다. 그 소리가 끝날 때까지 둘 다 말을 하지 않았다.

"웃으면서 안 하면 싸우자는 거잖아요."

"선생님은 두 번 다 웃으면서 하셨고, 두 번 다 웃긴다는 말을 들으셨어요. 그건 방금 선생님이 하신 말입니다."

"그럼 뭐 어떻게 해요. 울면서 해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도 자를 수 있어요. 머리요. 자르면 되는데."

"근데요."

"저는 잘라도 언니처럼 안 될 것 같아요. 언니는 자르고 나서 괜찮았잖아요. 해 봤으니까 아는 거고요."

"······."

"웃으면서 안 하면요."

"제가 무슨 얼굴로 그 말을 해요."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뭐, 이런 건 쌍둥이들 다 그래요. 흔해요." 그러고 웃었다.

산가지를 나눴다. 여섯 번 나누는 동안 그는 안경을 두 번 더 닦았다. 손수건이 아니라 옷자락으로 닦았다.

하늘 밑에 불이 있는 그림이 나왔다.

"동인(同人)입니다. 같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에요."

"저희 얘기네요."

"괘 위에 적힌 말은 동인우야 형(同人于野 亨)입니다. 들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면 통한다."

"들이요? 무슨 들."

"울타리가 없는 데요. 아무나 있는 데."

움직인 자리는 아래에서 두 번째였다.

"거기는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동인우종 린(同人于宗 吝). 한집안끼리만 함께한다, 린."

"린이 뭐예요."

"부끄럽다고 읽습니다. 아깝다고도 읽고요."

"부끄러운 거네요. 제가 언니 붙잡고 있는 게."

"저는 그렇게 안 읽습니다."

그가 나를 봤다.

"린(吝)은 아까워서 못 내놓는다는 글자예요. 부끄럽다는 뜻은 거기서 나온 겁니다. 여기서는 아깝다는 쪽이 먼저라고 봅니다."

"뭐가 아까워요."

"선생님이요."

"······그런 말 들으러 온 건 아닌데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압니다. 이건 제가 그렇게 읽은 거고요. 다르게 읽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말은 잘 안 하는 편이라고 전에 적은 적이 있다. 두 번이면 편이 아니다.

"그럼 친구 사귀라는 얘기예요? 저 친구 많아요. 단톡방도 스물 몇 명이고요."

"그 얘기는 안 했습니다. 괘 위에는 들 얘기가 적혀 있고, 움직인 칸에는 집안 얘기가 적혀 있어요. 두 줄이 한 장에 같이 있습니다."

그가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아홉 해 동안 월수금 일곱 시에 같은 물에 들어가셨어요. 거기서 선생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몇 명이에요."

"많죠. 강사님도 십 년 됐고, 정 선생님도 있고, 다들······" 멈췄다. "이름으로요?"

"네."

"······저를 언니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아직 있어요. 언니를 제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이제 없고요."

"집안이라는 글자는 수를 세지 않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자리를 말해요. 두 명이어도 집안입니다."

"저는 집안이 아니고 수영장인데요."

"아홉 해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물에 들어간 분이 둘인데, 그 얘기를 하러 온 사람은 한 분입니다."

탁자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화면을 보고 엎어 놨다.

"언니예요?"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는데."

지난주 목요일 네 시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네 시 반까지 앉아 있다가 노트를 덮었다. 날짜는 틀리지 않았다.

"종이 한 장 주세요. 뒷면 쓰는 거면 아무거나 됩니다."

그가 안경집을 뒤졌다.

"이거밖에 없는데. 언니 안경 도수 적힌 거예요. 같이 갔었는데 왜 제가 갖고 있는지 몰라요."

뒤집으려다 앞면을 봤다.

"······이거 많이 달라졌네."

숫자를 읽어 주지는 않았다.

"아니에요. 적으세요."

하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언니는 화목, 나는 월수금. 한 해쯤 지나면 둘이 같이 다녔다는 걸 아무도 안 꺼낸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아무도 묻지 않게 된다.

둘. 웃지 않고 말한다. 서운했다고. — 언니가 그 말을 처음 듣는 목소리로 듣는다.

셋. 내가 요일을 옮긴다. 언니가 없는 데로, 아무 말 없이. — 혼자 있게 되는데 그건 내가 정한 거다.

넷. 그대로 두고, 사람들이 이름을 잘못 부를 때 한 번 고친다. 매번은 아니고. — 같이 있는 건 그대로고 불리는 이름만 달라진다.

"어느 게 일어날지는 저도 모릅니다. 네 개가 다 같은 그림에서 나온 거고요."

그는 종이를 오래 봤다. 4번에 손톱으로 줄을 그었다.

"넷이요."

"왜요."

"이건 언니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봐도 되잖아요."

"물어보면요."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있으면요."

"······이유가 있으면 제가 뭘 어떻게 해요."

그가 종이 귀퉁이를 접었다.

"없으면 언니가 다시 와요. 화요일 물이 미지근하다고 하면서."

"이 칸 하나가 바뀌면 그림이 뭐가 되는지 말씀드릴까요."

"뭐가 돼요."

"아래 불이 하늘로 바뀝니다. 위도 하늘, 아래도 하늘. 건(乾)입니다."

"하늘이 두 개요."

"같은 게 두 개요."

"······그럼 둘이 똑같아지는 거잖아요. 저 그거 싫어서 왔는데요."

"건은 여섯 칸이 다 같은 그림입니다. 그런데 칸마다 붙은 말이 다 달라요. 같은 칸인데 자리마다 다른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생님하고 언니가 아홉 해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물에 들어간 건 같은 칸입니다. 거기 붙은 말이 같다고는 안 적혀 있어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웃지도 않았다.

종이를 접어 안경집에 넣고 일어섰다.

"아까 그거요. 제가 아깝다고 하신 거요. 그거 진짜 거기 적혀 있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읽은 겁니다."

"······그럼 그건 선생님 말이네요."

"네."

"그거면 됐어요."

문 앞에서 안경을 한 번 올려 썼다.

"아, 이거 언니 거 맞아요. 제 건 코받침이 노랗거든요."

아까는 모른다고 했다. 나는 묻지 않았다.

창으로 내려다봤다. 그가 길을 건너기 전에 안경을 벗어 옷자락에 닦고 다시 썼다.

오늘 나온 건 동인이었다. 칸 여섯 개 중에 아래에서 두 번째만 가늘고 나머지 다섯은 굵다. 위쪽이 하늘이고 아래쪽이 불이다.

움직인 건 그 가는 칸 하나였다.

그 칸이 굵어지면 아래쪽 불이 하늘로 바뀌어, 위도 하늘이고 아래도 하늘인 그림이 된다. 그게 건(乾)이다.

동인이 오늘이고 건이 다음이라는 뜻은 아니다. 가는 칸 하나를 넣고 보면 동인이고 빼고 보면 건이다. 한 자리에 두 장이 겹쳐 있다.

어느 쪽 안경을 썼는지는 창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 글은 점술 상담이 아니라, 괘를 렌즈 삼아 상황을 다시 보는 연습입니다. 등장인물과 사연은 모두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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